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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샌프란
[낭만유럽] 특급호텔에서 50유로 내고 밥만 먹고 오기 3 본문
안녕하세요, 오들입니다. 오늘은 특급호텔에서 50유로 내고 밥먹는 포스팅 세번째이자 마지막이 되겠네요. 양껏 먹고 오는 목적보다는 적당히 분위기를 즐기며 가볍게 식사도 하는 기분으로 읽어주세요. 여행을 할때는 한 곳에서 많이 먹는 것보다 여러 곳에서 이것저것 맛보는 것도 재미있죠. 가성비를 따지시거나 양이 넉넉한 식사를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분위기 깡패와 인생사진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분명 만족하실거에요.
체코 프라하 포시즌스 Four Seasons Hotel Prague (지도)
프라하는 전체적으로 물가도 저렴하고 음식도 맛이 있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간 곳이에요. 그 기대를 전혀 저버리지 않은 곳이기도 합니다. 호텔 입구와 별개로 레스토랑 전용 입구로 들어갔어요.
메뉴는 여기서 보세요. 저희는 예약을 하지 않고 무작정 갔지만 성수기에 가신다면 예약 하시는게 좋으실 것 같아요. 다행히 저희가 갔을 때는 사람이 별로 없었답니다.
포시즌스 답게 깔끔한 정장차림의 직원 분이 정중하게 안내해 주셨어요. 이 곳의 장점은 단품메뉴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블타바 강이 보이는 쾌적한 전망도 굉장히 큰 장점입니다.
스타터도 파스타도 30유로 상당을 주면 먹을 수 있는 곳이에요. 저희는 스타터 둘, 리조또 하나 해서 나눠 먹었는데요, 파스타 메뉴보다 스타터 메뉴에 관심 가는 요리가 더 많이 보여서 그렇게 주문했어요. 이렇게 먹어도 1인당 50유로가 안됩니다. 예산이 정말 빠듯하시다면 파스타만 하나씩 하셔도 충분히 좋으실 것 같습니다.
이곳의 시그니처 스타터입니다. 치즈와 비프 타르타르인데요, 보기만 해도 너무 예뻐서 먹기가 좀 아깝죠 (하지만 남기지 않고 잘 먹고 왔습니다). 물론 파스타보다 양은 조금 작지만 적은 양에 집약된 풍미와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합니다.
이 만두처럼 생긴 아이도 스타터 메뉴인데요, 이탈리아도 그렇고 동유럽도 만두 요리가 발달한 것 같더라고요. 만두 요리가 생소한 문화에서 온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신선하겠지만 한국 분들은 굳이 주문하지 않으셔도 되는, 평범한 맛입니다. 만두피가 좀 두껍고 소스는 토마토 스파게티 느낌이에요. 맛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굳이 프라하까지 가셔서 드실 필요는 없어요. 물론 제가 본 만두요리 중 플레이팅이 가장 잘 된 요리 중 하나이긴 합니다.
사실 분위기와 전망에 의미를 두고 온 곳이라 맛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요, 이 단새우 리조또가 너무 제 취향이라서 몇번을 감탄하며 먹었습니다. 베니스의 세인트레지스에서도 우연히 단새우 리조또를 먹었었죠. 세인트레지스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포시즌스의 리조또에 한표를 주고 싶네요. 프라하(식 이탈리아)음식이 의외로 한국사람 입맛에 잘 맞나 봅니다. 분명 30유로 이상의 맛이었어요. 웬만한 3스타의 코스에서 이 요리가 나와도 만족하면서 먹었을 것 같습니다. 단품요리를 시키는 재미가 이런 것이죠. 짜여진 코스가 아닌, 제가 원하는 요리를 취향에 맞게 골라서 숨겨진 보물을 찾는 듯한 기쁨이 있어요.
식당을 나오며 생각해보니 단새우 리조또를 하나 더 시켜먹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만큼 맛있었습니다. 파인 다이님이나 호텔 식당들은 계절마다 메뉴를 바꾸니까요,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시 간다 하더라도 이 메뉴가 그대로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지요. 하지만 저는 이때 배운 교훈을 볼로냐 먹부림 여행에서 적용합니다. 인생 파스타 맛집에서 똑같은 파스타 두 그릇 시켜 먹은 썰은 볼로냐 포스팅에서 풀게요. 이 요리를 먹고 그릇을 가져가시는 서버 분에게 정말 맛있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진심으로 행복해하시더라고요. 주방에 꼭 전달하겠다고 싱글벙글 가시더니 주방에서 매우 기뻐하셨다고 말씀까지 해주셨어요. 격식이 중시되는 포시즌스에서 자주 보지 못하는 모습이지만 저는 오히려 정겹고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디저트 하나 시키고 마무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시는 고급 아이스크림 맛이에요. 당연히 이탈리아 현지 젤라또의 맛은 아니지만 식사를 워낙 만족스럽게 해서 서비스료 차원에서 주문했어요. 전체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곳입니다. 동화책 마냥 화려한 프라하의 모습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현대적인 느낌이 풍기던 포시즌스였지만 식사만큼은 제가 가본 호텔 식당뿐이 아닌 웬만한 미슐랭 식당들과 견주어보아도 손색이 없다고 느꼈어요. 물론 개인의 취향입니다. 프라하처럼 가성비를 생각하고 가는 곳일 수록 오히려 이런 고급 식당들이 만족도에 비해 의외로 저렴한 것 같아요. 프라하에 가신다면 당연히 추천드립니다.
스페인 세비야 호텔 알폰소 13세 Hotel Alfonso XIII, a Luxury Collection Hotel, Seville (지도)
세비야의 럭셔리 컬렉션 호텔 알폰소 13세입니다. 호텔 이름부터가 왕의 이름이네요. 인기있는 왕은 아니었다지만 1929 세계 박람회를 기념해서 알폰소 13세가 유럽 최고의 호텔을 지으라고 명령해서 생긴 호텔이 바로 이 곳이래요. 비록 거의 백년전에 지어진 호텔이지만 이렇게 야심차게 지어졌다니 궁금해지긴 합니다. 스페인의 왕조는 사실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에서 온 왕들이 많다고 해요. 어차피 유럽 왕실들이야 다 서로 얽히고 섥힌 친척사이지만 대놓고 왕조 이름까지 프랑스의 영향이 두드러져서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건물도 예쁘고 크리스마스날 가서 장식도 화려했습니다.
유럽, 특히 독실한 카톨릭 국가인 스페인은 크리스마스 날에 문을 닫는 식당이 많다고 해요. 주로 가족들과 모여 집에서 식사를 하고 이를 위해 식당 직원들도 다 휴가를 쓴다고 합니다. 관광객들에게는 참 난처한 날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찾은 식당이 바로 이 곳입니다. 호텔 식당이라 크리스마스에도 열더군요.
물론 현지인들은 다 집에서 식사를 할 시간이라 식당도 매우 조용했어요. 위치는 세비야의 랜드마크 레알 알카사르의 바로 뒷편이에요. 외관부터 위풍당당합니다.
들어가자마자 너무 예뻐서 기분까지 좋아지더군요. 입구 왼편에 그랜드 피아노 연주도 하고 있었어요. 메뉴는 여기서 보세요. 저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예약을 하고 갔고요, 스페인 사람들은 저녁을 늦게 먹어서 그런지 저희가 식사를 마칠 때 즈음에는 자리가 꽤 많이 차 있었습니다.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인들 혹은 스페인 다른 지방에서 세비야에 놀러오신 분들이 많이 오는 분위기에요.
스타터는 20유로 이하, 메인이 30유로 이하면 굉장히 양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되요. 세비야 자체가 음식이 매우 저렴하긴 합니다. 그에 비하면 비싸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가격이네요.
남편이 시킨 스테이크에요. 맛있다고 신나게 잘 먹더군요. 음료는 세비야의 상징, 오렌지 주스를 마셨어요. 맛은 MAS 슈퍼에서 마신 2유로짜리 즉석 착즙 오렌지 주스보다 조금 덜 신선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예쁜 잔에 따라주는 주스를 마시는 것도 재미니까요. 저는 얇은 파스타로 저민 고기를 감싼 요리를 주문했어요. 소스와 잘 어우러져서 맛있게 잘 먹었네요. 엄밀히 말해서 음식 맛이 엄청 뛰어나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모두가 문을 닫는 크리스마스에 식사를 제공해준 고마운 식당이지요. 분위기도 예뻐서 가시면 후회는 없으실 것 같아요. 단,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주문하지는 마시고요, 한두접시 드셔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추가 주문하시는 것을 권장드릴게요.
결과적으로 음식보다는 분위기를 많이 즐길 수 있었던 식당입니다. 그랜드 피아노 연주도 한몫했고, 스페인 궁전 같은 호텔 건물과 로비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도 기억에 많이 남네요.
어릴 때 열심히 읽던 먼나라 이웃나라 스페인 편을 이번에 다시 봤는데요, 스페인에 가기 전에 읽은 느낌과 갔다 와서 읽은 느낌은 역시 다르더라고요. 일단 스페인에 대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 나라에 관심이 생겼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여러분도 좋아하시는 스페인 관련 책이 있으시면 여행 후에 한번 더 읽어 보세요.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되던 부분들이 실제 그 나라를 둘러보고 오시면 쉽게 이해가 가실 거에요. 저는 어렸을 때 스페인이 이슬람 문화권의 통치를 받았다는 부분을 읽긴 했지만 잘 이해가 안가서 후루룩 넘겼던 기억이 나요. 어른이 되어 스페인에 가 보니 건물들이 다른 유럽 나라들의 건축양식보다 더 이국적이고 어딘가 모로코 같은(?) 느낌이 나서 이 나라는 역사가 어떻길래 이런 독특한 건축양식이 발달했을까, 궁금해졌어요. 이 호텔도 물론 군데군데 이슬람 문화의 영향이 엿보이는 구석이 많답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보니 크리스마스라도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은 꽤 많이 열었더라고요. 하지만 사람이 너무 빽빽하게 몰려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분위기로 보이진 않았어요. 이래저래 크리스마스 저녁 만족스럽게 식사하고 온 곳입니다. 스페인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세비야에서 고급스러운 식당을 찾고 계신다면 추천입니다. 굳이 식사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레알 알카사르 보고 나오시는 길에 호텔 바에 들러 간단히 음료수만 즐기시고 한번 둘러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포르투갈 리스본 인터컨티넨탈 InterContinental Lisbon (지도)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곳은 리스본의 인터컨티넨탈이에요. 여기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서 장식이 예뻤어요. 이 날 비가 엄청 와서 리스본 중심부 관광은 다음 날로 미루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려고 호텔 식당으로 갔는데요, 점심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이 옆 포시즌스에서 가볍게 차를 마시고 인터컨티넨탈로 건너왔습니다. 메뉴도 생각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저희가 갔을 때는 런치 메뉴가 있어서 1인당 30유로 선에서 메인과 디저트를 먹었어요.
주로 다른 메뉴 두개를 시켜서 나눠먹는 편이지만 런치 메뉴 선택지가 한정적이고 이 메뉴가 너무 맛있어 보여서 둘다 닭요리를 주문했습니다. 정말 부드럽고 만족스럽게 잘 먹었어요. 브로콜리니도 적당히 익혀서 식감이 좋았고요. 리뷰를 보면 서비스에 불평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희가 갔을 때는 그런 문제는 없었습니다. 사람이 적어서인지 서비스도 친절하고 정중했고 음식도 제 시간에 나왔습니다. 외식을 할 때는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언제 가느냐도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식당이라도 눈코뜰새 없이 바쁠 때 가면 주문에 실수가 생기거나 음식을 엄청 기다려야 하거나 하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요.
이 과일 디저트는 정말 상상하시는 과일의 맛입니다. 굳이 추천드리지는 않지만 메뉴만 봐서는 어떤 느낌인지 감이 안와서 시켜본 거에요.
이 아이는 굉장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달콤한 푸딩과 새콤한 자몽이 아주 잘 어울렸어요. 저희는 런치 메뉴로 잘 먹고 왔는데요,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가성비를 생각하면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위치가 리스본 중심부보다 조금 떨어진, 호텔들이 몰린 언덕 위에 있고, 리스본에 여기보다 맛있는 식당들도 굉장히 많다는 점(리스본 포스팅에서 맛집 소개해 드리겠습니다)을 생각하시면 굳이 여기서 식사를 하실 필요는 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시라면 저희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셔서 귀여운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으실 것 같네요. 커다란 트리도 있고 앉아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대형 썰매까지 있답니다. 저희가 열심히 셀카를 찍고 있는데, 직원 분이 오셔서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숙박을 한 것도 아니지만 이런 세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호텔 식당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극강의 미식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강력하게 추천드리지는 않지만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분들은 한번 쯤 고려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주변 호텔 식당들 중에서는 여기가 가장 가격대도 괜찮고 평도 훌륭한 편입니다.
50유로 내에서 식사하실 수 있는 유럽의 특급호텔을 총 세번에 걸쳐 소개해 드렸는데요, 길가에서 먹는 4유로짜리 파에야도 맛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분위기 있는 호텔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경험도 좋은 추억이 되네요. 맛만 보고 따진다면 저희의 성공률은 70%정도 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분위기 및 호텔 로비 이용, 사진 등 여러가지 장점을 종합해 보면 만족도는 100%입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끔은 돈을 조금 더 쓰는게 결과적으로 아끼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화장실에 돈을 내고 가야하는 상황이라던가, 전망 좋은 곳에 1-2유로를 내고 입장한다던가 하는 비용을 전망 좋은 호텔에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드시는 것으로 해결하실 수 있죠. 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다니는 여행 특성상 여성분들이 화장을 고치셔야 할때 티슈 및 면봉과 핸드로션까지 구비되어 있는 호텔 화장실이 굉장히 유용하실 거에요. 조금 더 고급진 경험은 덤이고요. 유럽에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가도 괜찮은 호텔 식당을 찾아볼 것 같아요. 한국의 특급호텔 식당보다 저렴한 편이고 같은 호텔체인이어도 도시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며놓은 로비가 매력인 것 같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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