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샌프란

[고급도쿄] 파인 다이닝 - 나리사와 본문

도쿄

[고급도쿄] 파인 다이닝 - 나리사와

오들 :) 2022. 11. 9. 22:57

안녕하세요, 오들입니다. 오늘은 도쿄에서 갔던 파인 다이닝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지금 도쿄의 파인 다이닝을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1. 현재 엔이 저렴하고 (2022년 11월 기준)
  2. 도쿄는 파인 다이닝 예약이 상대적으로 한국보다 쉽습니다. 파인 다이닝 업장이 한국보다 많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3. 유럽과 미국의 파인 다이닝과 비교해도 퀄리티나 서비스가 뒤지지 않아요. 오히려 한국분들 입맛에는 더 잘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요.

도쿄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중 해외에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아마 오늘 소개해 드리는 나리사와가 아닐까 싶어요. 미슐랭 스타 외에도 세계 50대 레스토랑에 연속 선정되고 있고 일본의 카이세키 요리를 프렌치식으로 풀어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무엇보다 음식이 정말 예쁩니다. 맛도 있지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코스마다 탄성을 지르게 되는 창의적인 음식 차림새가 마치 미술관의 작품을 보고 먹는 듯한 기분을 주죠.

 

나리사와 Narisawa (지도)

 

나리사와 · 2 Chome-6-15 Minamiaoyama, Minato City, Tokyo 107-0062

★★★★★ · 가이세키 레스토랑

www.google.com

 

미슐랭 2스타 (링크)

세계 50대 레스토랑 선정 (링크)

 

나리사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나리사와를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1.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고 (보수적인 식당들은 아직도 전화로만 예약을 받아요. 외국인의 예약을 거절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스시 오마카세 포스팅에서 설명드릴게요.) 2.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식당인만큼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이라던가 불쾌한 경험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적습니다. 

 

기본 테이블 세팅이에요.

 

첫 코스입니다.
앞에서는 이런 모습이에요.

첫 코스부터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이끼를 왜 주는거지? 이끼가 아닙니다, 여러분. 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에요. 사진을 여러장 찍으시고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편하게 드시면 됩니다. 마치 숲속을 걷는게 아니라 먹는 기분이지요.

 

클로즈업

서버 분들도 이 코스를 보고 놀라는 저희들의 모습을 즐겁게 바라봐줍니다. 나리사와에서 이런 예술적인 작품을 서빙한다는 자부심이 있어 보였어요. 사실 파인 다이닝 식당에 가면(특히 유럽이나 미국) 은근히 인종차별 느낌의 무시를 당할 때도 있었어요. 나리사와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외국 손님들에게 일본의 카이세키를 파인 다이닝으로 대접한다는 기쁨이 전해집니다.

 

이 아이는 장차 커서 빵이 됩니다.

자, 파인 다이닝에서 빠질 수 없는 빵 순서에요. 여기는 빵도 특별하게 줍니다. 빵을 주는 게 아니라 저희 눈 앞에 커다란 카트를 가져와서 무슨 돌그릇에서 빵 반죽을 시작하세요. 그리고 빵 반죽을 뜨거운 용기로 옮겨 저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옆에서 굽는다고 합니다. 정말 신선한 빵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는 것 같군요. 빵도 맛있지만 퍼포먼스에 중심을 둔 코스라고 해야겠네요.  

 

우니와 새우젤리

빵이 익는 동안 먹을 코스는 우니와 새우젤리에요. 일본 사람들, 우니도 새우도 젤리도 참 좋아합니다.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거 옆에 맛있는거네요. 물론 우니도 신선하고 식감도 훌륭합니다.

 

우니 아래 짭쪼름한 크래커도 먹으라고 안내해 줍니다.
농어 요리입니다.

 

다음 코스는 일식에 빠지지 않는 생선요리에요. 미역을 깔고 맛을 낸 기름을 더한 농어입니다. 

 

 

빵과 이끼를 드셔보세요.

맛있게 우니와 농어를 먹는 동안 반죽이 드디어 빵이 됩니다. 무슨 마술사처럼 기대에 찬 표정으로 웃으며 빵 뚜껑을 열어 서빙해주지요. 이끼를 가르면 버터가 나와요. 버터 덩어리에 이끼(물른 진짜 이끼가 아니고, 다 드실 수 있는 요리입니다)를 굴려 마치 숲속의 돌덩이와 이끼덩이를 보는 듯한 연출을 한거죠. 당연히 식감도 훌륭하고 맛있는 빵입니다. 

 

귀여운 반죽이 드디어 빵이 되었어요.
이것은 요리인가 예술인가

다음 코스를 받고는 거의 헛웃음이 나왔어요. 셰프님 정말 노력 많이 하시는 분이구나, 정말 요리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을 즐기시는구나, 싶었습니다. 여러분 가지 좋아하시나요? 전 별로에요. 하지만 세상에서 이렇게 예쁜 가지는 처음이었어요. 교토의 유명한 기온 마쯔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하네요. 

 

솔직히 먹기 아까웠습니다.

 

아삭아삭 야채의 식감과 부드러운 소고기가 잘 어울렸어요.

다음 코스는 시마네현에서 가져온 소고기입니다. 부드럽게 입에서 녹더군요. 이쯤되면 조금씩 배가 부르기 시작하지요. 양이 적은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습니다.

 

 

이렇게 예쁜 굴은 처음이에요.

고기 다음엔 굴입니다. 굴도 개인적으로 잘 안먹지만 여기서는 비린내도 전혀 없고 정말 신선해서 불평없이 잘 먹었네요.

 

다음 코스는 랑구스틴 새우입니다. 랍스터보다 비싸다고 하죠. 식감이 탱글탱글하고 따뜻한 다시가 굴을 먹은 속을 달래줄 수 있게 고안하신 것 같아요. 코스의 구성도 순서도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이번엔 장어 텐푸라를 주시네요. 역시 자연의 느낌을 살린 음식 차림새입니다. 텐푸라 자체가 느끼하지도 않을 뿐더러 소스와의 조화도 좋았어요.

 

 

이번 코스도 띠용

이 요리의 제목은 스미, 일어로 숯이라는 뜻이에요. 정말 숯처럼 생긴 무언가가 식탁에 놓이자 저도 남편도 매우 당황했어요. 서버분은 오히려 좋아하시더라고요. 의기양양하게 이 '숯덩어리'를 자르며 설명해줍니다. 탄것도 아니고 진짜 숯도 아니니 편하게 먹으라면서요. 

 

네, 고기입니다.

거의 레어로 먹는 신선한 소고기에요. 일본에서 유명한 가고시마산 소고기 스테이크를 숯덩이처럼 둔갑시켜 주는군요. 귀여운 꼬마옥수수와 잘 어울렸어요.

 

 

대망의 디저트 코스입니다. 저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 밥을 먹는 사람인데요, 역시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너무 예뻐서 계속 사진만 찍었네요. 유리 공예품 같지 않나요. 대체 이 아이는 무엇으로 만든 걸까요. 어이없게도 우메보시 디저트입니다 (저는 우메보시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새콤달콤 엄청 맛있습니다. 진정 우메보시로 만든 젤리가 맞나, 싶을 정도에요.

 

사진을 정리하며 생각해보니, 나리사와가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네요. 기본적으로 이 곳은 파인 다이닝 형태를 띤 카이세키 요리점입니다. 일본어를 하나도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카이세키 요리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함부로 접근하기 조금 어려운 감이 있지요. 음식 설명도 다 일어로 해주고 메뉴도 한자로 적어서 주니까요. 아마 한국분들은 그래도 일본 요리를 접해볼 기회가 많으셔서 굳이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시겠지만 아시아의 문화를 생판 모르는 외국 관관객 입장에서는 카이세키 요리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 100% 만족스럽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에 반해 나리사와는 분위기나 서비스 방식은 물론, 메뉴 설명도 다 영어로 해줍니다. 얼마나 편하겠어요.

 

다음은 백도를 베이스로 한 디저트입니다. 제 입맛에는 이게 더 맞았어요. 마냥 달콤하니까요.

 

평범해 보이는 모나카

마지막으로 따뜻한 차와 파인애플 모나카가 나옵니다. 이제 정말 코스가 끝난 거에요. 훌륭하다는 말이 모자랄 정도로 감동적인 식사였어요. 왜 이곳이 3스타보다 인기있는 2스타 레스토랑인지 납득이 가실 거에요. 맛도 있지만 음식 차림새가 정말 대단합니다. 파인 다이닝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쯤 경험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제가 나리사와를 방문한 시기는 2017년 여름(일본인들이 여름에 좋아하는 옥수수라던가, 장어 등이 등장한 것을 보고 이미 짐작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입니다. 무려 5년 전 한 식사를 아직까지 기억할 정도면 어지간히 인상 깊었던 것 같네요. 파인 다이닝 업장들은 메뉴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곤 하는데요, 구글맵에서 최근 나리사와 사진들을 보면 맨 처음 숲속 코스라던가 빵 퍼포먼스 및 이끼 버터, 기온 마쯔리 요리 등은 아직도 등장하는 것 같네요. 

 

물론 맛은 평범하지 않아요.

 

제가 생각하는 단점도 몇가지 적어볼게요.

  1.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신다면 감동이 덜 하실 수 있어요. 전체적으로 맛이 은은한 편입니다. 자연을 주제로 한 메뉴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수도 있겠네요.
  2. 외국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당연히 들뜬 기분으로 신나게 대화하면서 먹죠. 기본적으로 조용한 파인 다이닝 업장은 아닙니다.
  3. 가격면에서 웬만한 3스타보다 비쌀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맛이 3스타보다 좋으냐, 라고 하시면 개인차가 있겠지만 맛 보다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유명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참고로 3스타 조엘 로부숑과 가격대는 비슷합니다). 파인 다이닝이 아닌, 일반적인 식당들과 비교를 하신다면 더더욱 가성비는 떨어집니다. 시부야에서 파는 1000엔대 런치세트보다 40배 맛있냐, 라고 물어보시면 당연히 그건 아니죠.
  4. 비슷한 맥락에서, 제가 지금까지 가 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중 가장 맛있었던 식사, 로 꼽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장 맛없었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도 아니에요. 굳이 맛으로만 따지만 중간정도, 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가장 예뻤던 요리는 단연 나리사와라고 자신합니다.
  5. 퍼포먼스를 싫어하시는 분들께도 당연히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키친에서 일하시는 셰프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파인 다이닝을 이미 많이 경험하신 분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가신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예산에 여유가 있고, 도쿄에 갈 일이 있고, 독특하고 창의적인 음식 차림새와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에약에 먼저 성공하시고 비행기 티케팅을 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좋은 시간 되시길 바라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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